솔루션 |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그것이 신호입니다
프로매치 오지환
개념들을 글로 읽으실 때는 대부분 어렵지 않게 이해하십니다. 문제는 언제나 실전입니다. 인게임에 들어가면 판단할 것이 너무 많고, 그 와중에 "지금 내가 좋은 자리에 있는가" 를 차분히 따져볼 여유는 좀처럼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계산하지 않고도 자리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오늘 보실 장면은 플래티넘 구간 수강생의 리플레이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서 나온 문제가 이 구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스터에서도, 그랜드마스터에서도 형태만 조금 다를 뿐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제가 리플레이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상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시온이 좁은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상대 조합이 소전, 솔저, 시그마, 아나로 대부분 포킹에 강한 구성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온은 얼굴을 내밀 때마다 맞습니다. 한 발 쏘고 체력이 깎여 다시 숨고, 나왔다가 또 맞고 들어가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끝까지 유지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시고 "조합을 읽었어야 한다" 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상대에 포킹 영웅이 셋이나 있으니 그 방에서 뚫고 나오는 것이 어렵다는 계산을 했어야 한다고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다만 저는 코칭을 할 때 수강생에게 처음부터 그러한 판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임 시작 직후에는 상대 조합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알았다 하더라도 "소전이 E를 던질 것이고 시그마 돌이 좁은 방에서 통통 튈 테니 이 자리는 불리하다" 까지 계산하며 게임하는 것은 상당한 구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며 플레이하는 유저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선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몸이 알고 있습니다
시온은 이 자리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요.
불편함입니다.
얼굴을 내밀 때마다 맞고, 뭘 하기도 애매하고,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타이트하게 딜을 넣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한 발 맞추고 체력이 깎여 돌아온 것이 전부입니다.
이 감각은 조합을 정확히 파악하거나 분석하지 않아도 유저에게 즉시 느껴집니다. 복잡한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직감입니다.
그렇다면 그 직감을 그대로 판단 기준으로 쓰시면 됩니다.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것이 자리를 옮기라는 신호입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 불편한지 몰라도 됩니다. 불편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분한 정보입니다.
옮긴 자리가 더 나빠도 괜찮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망설임이 생깁니다. "옮겼는데 거기가 더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단계에서, 이 걱정은 사실 손익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지금 자리에 머무는 동안 확실하게 잃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버려지는 시간과 깎이는 체력입니다. 이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손해입니다.
반면 옮긴 자리가 나쁠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그 포지션이 더 좋지 않다면 다시 옮기고, 복기를 통해 더 좋은 포지션을 추구해나가는 것이 결국 성장의 과정입니다.
한 판이 15분에서 20분이라고 생각해보시면, 그 안에서 이런 장면이 몇 번이나 반복될까요? 한 번의 손해는 작아 보이지만, 쌓이면 그것이 그 판의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리가 굳어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한 번 잡은 자리에서 어떻게든 뭘 해보려다가 계속 맞기만 하는 상황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럼 어디로 옮겨야 할까요. 이것도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차라리 메인, 또는 반대편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무난한 선택지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딜을 넣다가 자연스럽게 반대쪽 사이드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메인 라인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힐을 받기 용이하고, 다시 사이드로 나가기도 용이하며, 아군의 어그로에 내 딜을 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좁은 방에서 버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물론 나중에 기준이 쌓이시면 달라집니다. "이 자리가 불편하긴 하지만 감수하고서라도 먹을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하실 수 있게 됩니다. 그때는 능동적으로 그 자리를 활용하셔도 됩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불편하면 옮기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 장면에서 가져가실 것
조합을 분석하지 못해도 됩니다. 불편함은 이미 몸이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자리에 머무는 동안 잃는 것은 확실한 손해이고, 옮겨서 나쁠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옮긴 자리가 나쁘면 또 옮기면 됩니다
갈 곳이 애매하다면 일단 메인으로. 힐받기도, 다시 나가기도 용이합니다
여러분의 리플레이에서도 확인해보실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죽은 장면 하나를 골라 그 이전 10초를 확인해보시며 그 10초 동안 같은 자리에 계셨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대부분 그러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계속 얼굴을 내밀고, 계속 맞고, 계속 들어가기를 반복하셨던 데스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마 불편하셨을 것이고,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어쩌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신호로 읽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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