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의 정석ㅣ알고도 반복하는 실수, 어떻게 고쳐야하는건가요?
프로매치 오지환
여러 게시글에서 그동안 상대의 시점으로 내 플레이를 돌아보는 방법을 다뤄왔습니다.
상대가 나를 언제 발견했고, 얼마나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으며, 당시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본 뒤, 다음 판에서 바꿀 행동 하나를 정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분명 엄폐에서 너무 멀리 나간 것이 문제라고 정리했는데, 상대의 체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자 또 넓은 공간으로 따라갑니다.
아군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교전이 시작되면 앞에 있는 상대만 보다가 혼자 남습니다.
이동기를 남겨두기로 했는데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상대가 보이면 먼저 사용하고 돌아오지 못합니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자신도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어보면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답답해집니다.
알고 있는데, 왜 게임에 들어가면 똑같이 할까요?
복기에서 찾은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실제 경기 안에서 연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확인해야 행동이 달라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엄폐를 잘하자" 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령 우리가 아나로 플레이하면서 엄폐를 벗어난 채 오래 치유하다가 쓰러지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다음 판의 목표를 “엄폐를 잘하자”로 정하는 것은 틀린 방향이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벽 가까이 서겠다는 것인지, 공격을 받은 뒤 빨리 숨겠다는 것인지, 아군이 움직일 때 다음 엄폐로 함께 이동하겠다는 것인지에 따라 연습할 행동은 달라집니다.
모두 엄폐와 관련된 일이지만, 경기 안에서 확인해야 할 순간도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 문제를 고칠 행동을 정하는 것은 확실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포지션이 좋지 않았다”, “화면 전환이 부족했다”, “너무 무리했다”는 말은 복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 그대로 게임에 들어가면, 다음에도 같은 말로 경기를 정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엄폐를 고치려면 내가 반복해서 노출되는 순간부터 좁혀봐야 합니다. 아군을 따라가다가 엄폐를 놓치는 것인지, 공격에 집중하면서 벽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인지,
상대가 나를 보기 시작했는데도 같은 자리에서 행동을 이어가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령 치유할 아군을 따라가다가 넓은 공간으로 나오는 것이 문제였다면, 이번 판에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아군을 따라 이동하기 전에, 다음에 숨을 엄폐부터 확인한다.
같은 엄폐 연습이지만, 이제는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생겼습니다.
실수한 순간보다, 실수하기 직전의 신호를 정합니다

복기에서는 실수를 알아보기 쉽습니다. 이미 쓰러졌고, 상대가 어디에 있었는지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에는 지금 하는 행동이 실수라는 생각보다, 필요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대를 따라갈 때도 그렇습니다. 나중에 보면 무리한 추격이었지만, 당시에는 조금만 더 공격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만으로는 그 순간을 지나치기 쉽습니다.
대신 추격을 이어가기 전에 확인할 신호를 정해보시는 것이 확실합니다.
가령 겐지로 상대를 쫓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상대가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을 확인 지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보이지 않게 됐을 때도 그대로 따라갈 것인지, 질풍참이 남아 있는지, 넘어간 뒤 아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상대를 놓칠까 봐 마음이 급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은, 조금 전까지 보던 정보만으로 다음 공간까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때의 연습은 모든 추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야가 끊긴 순간에 확인 없이 계속 따라가는 행동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군 확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히 자주 뒤를 보려고 하기보다, 내가 다음 엄폐로 이동하기 전이나 아군 탱커가 물러나는 것을 봤을 때처럼 확인할 순간을 정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보였을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가 연결돼야, 경기 안에서 과제를 떠올릴 지점이 생깁니다.
한 가지를 연습한다는 것은 다른 일을 버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겠습니다.
“게임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데, 하나만 의식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아나로 엄폐를 연습한다고 치유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화면 전환을 연습한다고 상대를 앞에 두고 계속 뒤만 볼 수도 없습니다. 오버워치는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야 하는 게임이고, 한 가지 개념만 지킨다고 모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판에서 특별히 점검할 행동을 정하는 것과, 그 행동만 하겠다는 것은 다릅니다.
평소처럼 치유하고, 공격하고, 필요한 스킬을 사용하되, 이번 판에서는 아군을 따라 이동하기 전에 다음 엄폐를 확인했는지를 더 세심하게 보겠다는 뜻입니다. 다른 판단을 전부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놓치던 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 번의 복기에서 나온 문제를 전부 다음 판의 과제로 삼으면, 교전이 시작됐을 때 무엇부터 고칠지 분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폐도 신경 쓰고, 아군도 보고, 상대 스킬도 확인하고, 궁극기도 계산하겠다고 시작했지만, 끝나고 나서는 무엇을 실제로 연습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가장 먼저 바꿀 행동을 정해주시면 됩니다. 특히 여러 문제가 이어졌다면, 뒤에 나온 실수보다 먼저 바꿀 수 있었던 행동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군의 위치를 확인하지 않아 혼자 남았고, 그 상태에서 이동기를 급하게 사용하다가 쓰러졌다면, 이동기를 더 잘 누르는 연습에 앞서 자리를 넓히기 전에 아군을 확인하는 행동부터 잡아볼 수 있겠습니다.
이겼다고 고쳐진 것도, 졌다고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연습을 시작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정한 행동을 의식했는데도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입니다.
엄폐도 더 가까이 사용했고, 아군도 확인했는데 졌다면 “이렇게 해도 똑같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처럼 무리했는데 상대를 잡고 이기면, 원래 하던 방식이 더 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경기의 승패는 중요합니다. 다만 한 판의 결과만으로 이번에 연습한 행동이 좋아졌는지까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아나로 다음 엄폐를 확인하고 이동했지만, 다른 곳에서 아군이 먼저 쓰러져 교전을 졌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넓은 공간으로 따라 나갔는데 상대가 나를 보지 않아 살아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확인할 것은 정한 행동을 실제로 했는지입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까지 이어서 봐야 합니다.
다음 엄폐를 보고 이동했지만 그곳에서 아군이 보이지 않았다면, 확인하는 습관은 시도했지만 자리의 선택은 더 조정해야 하겠습니다. 아군도 보이고 상대의 공격도 피할 수 있었다면, 교전에서 패배했더라도 그 장면에서는 가져갈 변화가 있었던 것입니다.
행동을 했는지와, 그 행동이 적절했는지를 나눠서 확인해야 연습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자신을 칭찬하거나 잘못을 찾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무엇은 달라졌고 무엇은 아직 맞지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 한 번 졌다는 이유로 연습 전체를 버리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고쳐서 다음 판으로 가져갈 수 있겠습니다.
교전 중에 잊었다면, 다시 떠올린 순간부터 이어갑니다
처음에는 경기 전에 정한 과제가 교전이 시작되자마자 생각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상대를 따라 나간 뒤에야 엄폐를 놓쳤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판의 연습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뒤늦게 알아차렸다면 그 순간 사용할 수 있는 엄폐를 찾고, 아군의 위치를 확인해 다시 연결해주시면 됩니다. 이미 지나간 행동을 경기 중에 계속 자책하기보다, 지금부터 바꿀 수 있는 행동으로 돌아오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쓰러진 뒤에만 알아차리던 것을, 나중에는 체력이 줄어드는 중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더 익숙해지면 엄폐를 벗어나기 전에 확인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나타나는지는 리플레이에서 살펴보시면 됩니다.
복기할 때도 문제 장면만 모으지 말고, 비슷한 상황에서 행동을 바꿨던 장면을 함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쪽에서는 확인했고 어느 쪽에서는 놓쳤다면, 무엇이 달랐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체력이 줄어들었을 때만 엄폐를 잊는지, 아군이 급하게 이동하면 함께 서두르는지, 궁극기를 켠 순간부터 돌아올 길을 보지 않는지처럼 반복되는 조건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과제도 “더 집중하자”에서 끝나지 않고, 그 조건이 나왔을 때 할 행동으로 구체화됩니다.
이번 편에서 가져가실 것
복기를 잘했다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 설명이 다음 경기에서 확인할 순간과 실행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엄폐를 잘하자”라고 정리했다면 언제 엄폐를 놓치는지 살펴보시고, “아군을 보자”라고 정리했다면 어느 행동을 하기 전에 아군의 위치가 필요한지 좁혀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정한 과제는 경기의 승패와 별개로, 실제로 시도했는지와 상황에 맞았는지를 확인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지난 편에서 골랐던 장면 하나를 다시 꺼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 문장을 본인의 플레이에 맞춰 완성해보시면 됩니다.
이 상황이 보이면, 한 가지 내가 정한 행동부터 확인할 것
아군이 내 시야 밖으로 이동하면 따라가기 전에 다음 엄폐를 확인합니다. 상대가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면 추격하기 전에 퇴로를 확인하겠습니다. 내가 자리를 더 넓히려 할 때는 아군이 같은 교전에 참여하고 있는지 먼저 보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고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무엇을 연습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은 구체적으로 정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바로 다음 판에서는, 알고 있던 문제 하나를 실행할 행동 하나로 바꿔서 들어가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뒤에는 이겼는지 졌는지와 함께, 그 행동을 실제로 했던 장면도 확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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