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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공급 끊겼는데 값은 안 올랐다

판교불패

판교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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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26.08.08 09:00
수정2026.08.20 13:28

3월부터 7월까지 다섯 달 동안, 중동에서만 원유 19억 배럴이 통째로 사라졌어요. 하루 평균 1,260만 배럴씩 다섯 달 내내 끊긴 거예요 — 호르무즈해협 관련 공급 차질 때문이었어요. 이 정도 규모면 유가가 치솟는 게 정상인데, JP모간이 8월 6일 낸 주간 원유 보고서의 표현은 뜻밖에도 '기적적인 회복'이었어요. 그 많은 기름이 대체 어디서 메워진 걸까요.

공급 끊겼는데 왜 유가는 잠잠했나

JP모간 분석에 따르면 사라진 19억 배럴 중 가장 큰 몫인 약 8억 배럴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수요가 메웠어요. 유가가 오르자 소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 거죠.

나머지 손실은 두 갈래로 더 메워졌어요. 이전부터 쌓여있던 잉여분 흡수로 약 4억 배럴, 재고 감소로 약 6억 배럴(이 중 5억 배럴은 실제 재고 데이터로 직접 확인돼요)이 채워졌어요. 그렇게 다 더해도 약 1억 배럴이 모자랐는데, 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바로 미국·브라질·캐나다·베네수엘라 등 중동이 아닌 지역에서 나온 '깜짝 증산'이었어요.

숨은 증산 주역은 미국이 아니었다

JP모간은 미국 셰일 업계의 손익분기점을 WTI 기준 배럴당 약 48달러로 보고, 애초부터 비OPEC 국가들의 증산에 낙관적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상반기 실적은 그 전망마저 뛰어넘었어요. 페르시아만 밖 나라들의 생산 증가폭이 JP모간 전망치보다 하루 70만 배럴 더 컸다는 거예요.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하루 90만 배럴로 가장 많이 늘었고, 브라질이 80만 배럴로 바짝 따라붙었어요. 가이아나(30만 배럴)·캐나다(20만 배럴)·노르웨이(15만 배럴)도 힘을 보탰고요. 특히 브라질의 대형 해상유전 부지오스 8호기는 원래 계획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가동에 들어갔고, 가이아나에서도 대형 생산설비가 8월 말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라 증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에요.

이번 10년 최고 속도, 이유는 유가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비OPEC 산유국의 증산 속도(하루 244만 배럴)는 2021년 이후 가장 빨라요. 이렇게 증산이 한꺼번에 몰린 배경엔 결국 '가격'이 있어요. 유가가 배럴당 세 자릿수까지 오르자, 그동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개발을 미뤄뒀던 유전들까지 일제히 시추에 나섰다는 거예요.

특히 미국은 하반기에도 액화석유가스(NGL) 증산이 두드러질 전망이고, 퍼미안 분지와 멕시코만을 중심으로 원유·컨덴세이트 생산도 계속 늘어날 걸로 봐요.

비OPEC 산유국 증산 속도, 10년래 최고

JP모간, 내년 유가 전망을 확 낮췄다

예상보다 훨씬 컸던 증산은 결국 가격표를 바꿔놨어요. JP모간은 내년(2026년)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6달러에서 78달러로 18달러, WTI는 89달러에서 73달러로 16달러 낮췄어요. 한 번에 두 자릿수 달러가 깎인 셈이에요.

2027년 전망도 브렌트유 63달러, WTI 59달러로 새로 그렸고요. 이번 호를 끝으로 JP모간 오일 위클리는 여름휴가에 들어가 9월에 돌아와요 — 당분간은 이번에 낮춘 전망이 시장의 기준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JP모간 유가 전망 수정

정리하면

공급 충격에도 유가가 버틴 건 다행이지만, 그만큼 '증산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이기도 해요. 낮아진 유가 전망이 길게 이어지면 이번에 앞다퉈 투자한 브라질·가이아나발 신규 유전들부터 수익성 압박을 받을 수 있어요.

알아두면 좋은 용어

  • 호르무즈해협 —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좁은 바닷길이에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지나가서, 여기서 긴장이 높아지면 유가가 출렁이곤 해요.
  • 비OPEC —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협력국(OPEC+)에 속하지 않은 나라들을 말해요. 미국·브라질·캐나다·가이아나·노르웨이 등이 대표적이고, 이들은 OPEC+와 달리 생산량을 서로 짜고 조절하지 않아서 유가가 오르면 각자 알아서 증산에 나서는 편이에요.
  • 브렌트유 — 북해에서 나는 원유로,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유종이에요. 뉴스에서 나오는 국제유가는 대부분 이 브렌트유 가격을 말해요.
  • WTI — 서부텍사스산원유예요.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나는 원유로, 국제 유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기준 가격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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