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포에 소프트웨어만 헐값 됐다

판교불패
최근 소프트웨어 업종 주가가 크게 흔들렸어요. AI가 사람이 짜던 코드를 대신 만들고, 업무용 소프트웨어까지 자동으로 돌려버릴 거란 공포 때문인데요. JP모건이 낸 소프트웨어 업종 리포트를 보면, 이 공포가 이미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요. 업종 전체 EV/매출 배수가 4배까지 떨어졌는데, 이건 금융위기 때 저점(1.5배)에 가깝고 2020년 팬데믹 고점(20배)의 5분의 1 수준이에요. 그런데 JP모건은 정반대 얘기를 해요. "AI가 소프트웨어를 다 잡아먹는다"는 공포는 과했고, 지금 밸류에이션이면 성장과 저가 매력을 동시에 노릴 기회라는 거예요.
AI가 못 뺏는 이유는 '유지보수'예요
리포트가 짚은 첫 번째 이유는 비용 구조예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쓰는 데 드는 전체 비용 중 새로 도입하는 비용은 20%뿐이고, 나머지 80%는 유지·보수와 업데이트에 들어가요. AI로 사내에서 대체 시스템을 뚝딱 만들어도, 그다음부터 계속 손봐야 하는 유지보수 부담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두 번째는 비용이에요. 기업들이 여러 AI 도구를 테스트해보면서 토큰(AI 사용량 단위)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요. 결국 직접 개발보다 기존 업체에 맡기는 쪽이 더 싸다는 계산이 서면서, 다시 기존 벤더로 돌아오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는 거예요.
세 번째는 데이터예요. AI가 사람 대신 확실한 결론을 내리려면 고객 정보·회계 장부 같은 시스템 오브 레코드와 얽혀 있어야 해요. 이 자리를 오래 지켜온 업체일수록 AI에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는 논리죠. 그래서 리포트는 AI로 인한 타격이 사용자 화면(UI) 위주의 애플리케이션 계층에 몰릴 거라고 봐요.
밸류에이션은 벌써 바닥권
지금 소프트웨어 업종의 EV/매출 배수는 4배 안팎이에요. 2010~2020년의 평균적인 거래 범위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고, 금융위기 때 저점인 1.5배에 가까워요. 반대로 팬데믹 시기 고점은 20배까지 갔었으니, 지금은 그 5분의 1 수준까지 눌려 있는 셈이에요.
JP모건은 지금 밸류에이션에 이미 "성장이 크게 안 살아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고 봐요. 그래서 앞으로 추가로 더 빠질 이유는 크지 않고, 관건은 오히려 언제 리레이팅이 시작되느냐라는 거예요. JP모건은 그 시점을 26년 하반기에서 27년 상반기 사이로 보고 있어요.

인프라랑 애플리케이션, 갈리는 성적표
같은 소프트웨어라도 성적은 완전히 갈렸어요. 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쪽 소프트웨어는 25년 한 해 평균 18% 올랐는데, 사용자 화면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는 같은 기간 11% 내렸어요. 업종 지수(IGV)는 6% 오르는 데 그쳤고요.
26년 들어서도 이 격차는 그대로예요.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18% 올랐는데,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는 12% 더 빠졌어요. AI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프라 쪽으로 돈이 계속 쏠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JP모건이 고른 톱픽은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이 24개 소프트웨어 종목에 순위를 매겼는데,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예요. 수익성 높은 오피스·365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돈이 많이 드는 AI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예요. 애저(Azure) 클라우드도 26년 하반기부터 성장이 다시 빨라질 거라고 봤어요.
2위부터는 서비스나우, 데이터독, 스노우플레이크, 트윌리오, 오라클, 세일즈포스 순이에요. 대부분 인프라에 가깝거나 AI 도입 흐름을 직접 파는 업체들이에요. 반대로 클라우드플레어·코어위브·아카마이·피그마·줌·도큐사인·드롭박스·페이컴은 중립 등급에 머물렀는데, 이미 비싼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거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가 많았어요.
정리하면
AI가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대체할 거란 공포보다, 누가 그 AI를 더 싸고 확실하게 파느냐가 진짜 승부처예요. 다만 밸류에이션이 싸다고 곧바로 오른다는 보장은 없으니, 실제 매출 성장이 살아나는지는 다음 실적에서 확인할 부분이에요.
알아두면 좋은 용어
- EV/매출 배수 — 기업가치(EV)를 매출로 나눈 값으로, 아직 이익을 크게 못 내는 성장기업의 몸값을 가늠할 때 자주 쓰는 잣대예요.
- 시스템 오브 레코드 — 회사의 핵심 데이터가 최종적으로 저장·관리되는 기준 시스템을 말해요. 고객 정보나 회계 장부처럼 다른 모든 업무가 이 시스템을 근거로 돌아가기 때문에, 여기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일수록 바꾸기 어렵고 대체되기도 힘들어요.
- 리레이팅 — 시장이 특정 자산이나 섹터에 매기던 가치 평가 기준 자체를 다시 바꾸는 걸 말해요. 그냥 오르내리는 것과 달리, "이 정도 가격이 적정하다"고 보던 눈높이가 통째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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